하루 한 권_히든 해빗[크레이그 라이트]
아인슈타인, 베토벤, 피카소, 스티브 잡스… 우리는 이들을 ‘천재’라고 부른다. 그러나 사실 아인슈타인은 흔히 우리가 아는 모범생이 아니었고, 베토벤은 심지어 곱셈을 할 줄 몰랐다. 피카소는 4학년 때 수학 시험에 낙제했으며, 잡스의 고등학교 시절 GPA(우리나라 의 내신 점수에 해당) 점수는 2.65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꾸며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이런 사실은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있을까?
혁신적인 천재들은 바르게 행동하지도 않았고 정해진 규칙을 잘 지키지도 않았는데 왜 우리는 바르게 행동하고 또 정해진 규칙을 잘 지키라고 가르칠까? 천재성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모두 천재를 꿈꾼다. 과연 천재란 무엇일까? 머리가 좋으면 천재일까? 뛰어난 재능은 천재의 필수조건인가? 역사 속 천재들, 그리고 오늘날의 천재들은 어떨까?
예일대학교 음악대학의 학장을 역임하고, 현재 명예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크레이그 라이트 교수는 수십 년간 천재를 연구해오며 그들이 가진 특성을 탐구했다. 그가 직접 학부생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천재 강좌’는 음악과 심리학을 결합하여 천재들의 특성을 파헤친 것으로 유명하다. 천재 강좌는 예일대 인문학 강의 중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으며, 중국 내 온라인 강의 TOP4를 차지하는 등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예일대학교 최고의 인문학 강의인 ‘천재 강좌’를 엮은 《히든 해빗》은 오늘날 우리 문화에서 천재란 어떤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는지 알아보고 그들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오해를 분석하고 있다. 더불어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 는 습관을 파헤쳐 우리가 습득해 적용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작가소개 크레이그 라이트
미국의 명문 대학으로 일컬어지는 이스트만 음악대학교에서 피아노와 음악사를 전공하며 학사 학위를 받았고,시카고대학교에서 인문학 박사 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는 음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일대학교에서 음악대학 학장을 역임하고, 현재 예일대 음 악대학교 명예교수로 매년 여름마다 학부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자는 모차르트를 중심으로 한 중세 르네상스 음악 연구를 시작으로 음악사music history 분야에 일생을 바쳐온 학자였으나, 천재 성이라는 주제로 커리어에 변화를 주며 천재의 특성을 파헤쳐왔다. 예일대학교에서는 이 연구를 토대로 한 ‘천재 강좌Exploring the Nature of Genius’를 개설해 강의해왔는데, 저자가 음악사와 심리학을 결합해 개발한 이 강의는 예일대 인문학 최고 인기 프로그램 으로 자리 잡았다.
이 책에 따르면 천재에 대한 정의는 시대마다 다르다. 천재성이란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절대적인 어떤 것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가 고대에는 천재가 아니라 그저 미친 사람으로 불릴 수 도 있고, 피카소는 시대를 잘못 만났다면 난봉꾼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 사실 누가 천재이고 아니 고는 시대와 환경,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반면, 천재를 만드는 힘은 시간을 초월해 언제나 동일 하다. 천재를 만드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천재를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으로 독창성, 즉 오리지널리티를 꼽는다. 우리 인생에서 유일하게 절대적인 사실은 변화이며, 천재는 이 변화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고 가장 먼저 움직인다. 그리고 독창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뒤흔드는 결과물을 내놓는다.
1919년에 니콜라 테슬라는 손목시계만 한 스마트폰을 예측했고, 지금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는 테슬라가 예측했던 그 인터넷 전화로 연결되어 있다. 1995년에 제프 베조스는 인터넷 사용량의 폭증을 보고 아마존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상상했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세상의 거의 모든 제품을 팔고 있다. “재능 있는 사람은 아무도 맞힐 수 없는 과녁을 맞히고, 천재성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과녁을 맞힌다”는 말은 천재를 정의하는 가장 정확한 말일지도 모른다.
천재가 되려면 보이지 않게 감춰진 과녁을 맞혀야 할 뿐만 아니라 그 행위를 누구보다도 먼저 해야 한다. 독창성이 관건인 것이다. 프랜시스 골턴은 1869년 <유전적 천재>라는 책을 내면서 유명해졌다. 골턴은 뛰어난 사람을 1,000명 가까이 연구했는데, 천재와 관련된 골턴의 견해는 단순했다.
천재는 가계를 통해서 유전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잠재력을 물려받는다는 뜻이고, 부모 잘 만나면 천재가 만들어진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재능은 유전될 수 있다고 하지만 천재성은 유전되지 않는다. 천재성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유전의 결과가 아니라 어떤 퍼펙트 스톰과 비슷하다.
즉 두 가지 이상의 변수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그 영향력이 증폭되는 현상이다. 지금까지 천재들을 보면 대부분 비범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 한 증거이기도 하다. 그리고 애당초 골턴의 발상은 틀렸다. 선택적 번식으로는 초우량 품종의 말이나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인간 종족을 만들 수 없고, 이런 발상은 단지 나치 독일의 국가사회주의가 만들어냈던 죽음의 수용소로 이어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천재에 대해서는 생물학적 결정론 혹은 생물 청사진 이론은 맞지 않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어쩌면 그 정답은 후성유전학에 있을 것이다. 즉 어떤 유전적인 정보와 환경이 만났을 때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양육되는 방식과 살아가는 환경 그리고 그 환경 및 우리 자신을 통제하는 방식이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천재들을 돌연변이라고 부르고 있다. 얼마든지 천재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언제나 희박하기 때문이다. 영재와 천재는 다르다. 영재는 자기 또래의 평균을 뛰어넘어 성숙한 성인이나 가질 만한 능력을 가진 젊은 사람을 일컫는 말로 사용 된다.
피카소와 존 스튜어트 밀 그리고 빌 게이츠가 어렸을 때 비범한 재능을 가졌을 때 영재라고 불렸다고 한다. 그런데 영재들의 영재성은 일반적으로 체스, 수학, 음악, 기억력과 같은 분야에서 드러난다. 형식적이고 규칙이 지배하는 영역에서 영재성을 드러내 는 것이다. 하지만 영재는 그저 영재일 뿐이다.
반면 천재는 존재하지 않던 것을 창조한다는 점에서 영재와 다르다. 천재는 한 사회의 행동과 가치관을 바꾸어놓는 독창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영재는 단순히 모방만 하는 사람들이다. 영재는 비범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자기가 속 한 분야의 전위적 위치에 서서 그 분야가 나아갈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 천재 대부분은 대기만성형이다. 영재가 아닌 경우도 많다. 가장 창의적인 작가, 예술가, 그리고 세상을 바꾼 사람들은 대기만성형 천재에 해당된다.
그런데, 영재들 중에는 발전과 성공의 압박을 너무 많이 받고, 영원히 그 분야를 떠나는 경우도 많다. 또 부모의 성화로 너무 이른 나이에 특정 분야에 올인했던 영재들은 그에 반발해서 새로운 열정을 찾아 떠나는 경우 도 많다.
그렇다면, 천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먼저 노력만으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1만 시간의 법칙과 관련한 실험을 했던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이 있다. 그는 <1만 시간의 재발견>이라는 책에서 위대함은 유전적인 재능이 아니라 철저한 노력으로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실험은 적어도 두 가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1만 시간을 검증하는데 참가했던 학생들의 음악적 역량을 검증하는데 실패했고, 다음으로 이 학생들은 1만 시간 정도를 투자해서 이룬 것은 실행입니다, 이른바 잘해야 영재라는 것이다. 영재와 천재를 혼동했을 수도 있다.
다음으로 지능지수 즉 IQ가 높으면 천재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능지수는 프랑스 심리학자 알프레드 비네가 만들었 다. 목적은 학습 부진아를 찾아내 적절한 도움을 주려고 만든 것이라고 한다. 결론부터 보자면, IQ가 높다고 천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IQ와 SAT 점수는 고등학교 때 성적 혹은 대학교 1학년 때 성적과는 상관성을 지닌다.
하지만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도 뛰어난 작곡가로서의 능력, 혹은 지적 호기심과 끈기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오히려 시험에 대비해 가르치는 것은 호기심을 가로막고, 스트레스와 성적 만능주의를 만들 뿐이다.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스탠퍼드대학교는 IQ 135 이상의 청년 1500명을 대상으로 천재 실험을 했다.
즉 IQ가 높으면 천재가 되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다. 결론은 예상대로였다. 그 명단에는 노벨상 수상자도 없었고 하다못해 퓰리처상 수상자도 없었다. 찰스 다윈은 어릴적에 너무 공부를 못했다고 했고 물리학자로 노벨상을 받은 윌리엄 쇼클리와 루이스 앨버레즈는 스탠퍼드대학교 천재 검사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한다.
천재의 다른 점. 첫 번째는 상상력과 독창성이다. 상상력과 독창성은 어릴 적 만들어진다. 즉 어린 시절에는 상상력과 독창성이 있다가 그 다음 성인이 되어서는 사라진다는 것이다. 피카소는 모든 아이가 예술가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작 문제는 우리가 어른으로 성장하면서도 예술가로 남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린아이처럼 그림을 그리는 데는 평생이 걸렸다고 했다. 두 번째는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학습을 향한 갈망이라고 할 수도 있다. 천재가 된 사람들 중에 지적인 호기심이 없었던 사람은 찾기 힘들다. 과학자이자 발명가였던 니콜라 테슬라도 지독한 독서광이었다고 한다. 물리학, 수학, 전기공학, 그 리고 철학과 문학과 관련한 책도 많이 읽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도 공부를 많이 하고 아는게 많았다고 하는데,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도 이때 만들어졌다.
엘리자베스 1세를 보좌관이었던 프랜시스 베이컨이 만든 이 말은 사실 엘리자베스를 염두에 두고서 했던 말이라고 한다. 세 번째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이후로 천재와 미치광이를 가르는 경계선은 늘 혼란스러웠다. 플라톤은 천재를 신성한 미치광이라고 말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약간의 광기도 없는 천재는 없다고 말했다.
이것은 현대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심리학자들도 천재성과 정신적인 질병 사이의 관계를 놓고도 아직 합의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과학자, 작곡가, 정치인, 예술가 등으로 갈수록 정신병에 걸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은데, 최대 80%까지 올라간다.
천재성은 IQ나 재능, 그릿, 운 같은 것에 좌우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상상력이나 호기심, 그리고 열정 같은 개인적 자질에 의해, 즉 행동적 특성에 따라 발현된다. 더불어 지능지수와 교육, 재능 등은 매우 과대평가되고 있으며, 뛰어난 통찰력을 가지기 위해 하루 종일 연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천재가 될 가능성을 높이고 싶다면 대도시나 대학교가 있는 곳으로, 즉 인재들이 모이는 곳으로 이사 하라는 실질적인 조언부터 장수를 하고 싶다면 열정을 쏟을 대상을 찾으라는 말까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들어야 할 조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모두 다 천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인생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아이들을 어떻게 양육할지, 아이들이 다닐 학교를 어떻게 선택할지, 자기가 가진 시간과 돈을 어디에 어떻게 할당할지, 민주주의 선거에서 어떻게 투표할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어떻게 하면 창의적일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천재가 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의 특성을 배울 수 있다면 우리 인생은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질 것이다.
한줄평
"나에게 열정과 자극을 주는 무언가가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 천재가 될 가능성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