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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길었다.
당나라로 가는 길이었다.
먼지는 신발과 옷에 내려앉았다. 그는 승려였다. 이름은 원효.
밤이 내렸다. 바람은 차가웠고, 잠자리가 필요했다.
그는 무덤가에서 몸을 누였다. 단단한 흙이 그의 등을 받쳤다.
한밤중에 잠이 깼다. 목이 탔다. 모래를 삼킨 것 같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었다. 손끝에 바가지가 닿았다.
그 안에는 물이 있었다. 그는 바가지를 들어 마셨다.
물은 시원하고 달았다. 갈증이 가셨다. 그는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이 왔다. 빛이 그의 눈을 찔렀다. 그는 간밤에 마셨던 물을 찾았다.
바가지는 거기 있었다.
하지만 바가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의 해골이었다. 그 안에는 썩은 물이 고여 있었다.
벌레들이 떠다녔다. 그는 속이 뒤집혔다.
어젯밤의 물은 달았다. 오늘의 물은 역했다.
물은 같은 물이었다. 세상도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의 마음만 빼고.
그는 일어섰다. 당나라로 갈 필요가 없었다.
진리는 길 위에 있었고, 해골 안에 있었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었다.
그는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발걸음은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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