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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하루 한 권_반도체 오디세이[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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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과 경영학, 셀사이드와 바이사이드, 두 번의 리서치센터장이라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을 제 시하기로 정평이 난 이승우 애널리스트의 첫 번째 단독 저서이다. 반도체라는 조그마한 칩이 탄생하기까지 인류가 어떤 궤적을 그 려왔는지, 기술의 발달 그 한가운데에서 어떤 인물들이 새로운 역사를 써왔는지를 재미있는 서사시를 들려주듯 전해준다. 호기심과 지적 탐구로 컴퓨터를 발명시켜온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레 반도체의 제조공정에 관한 이야기도 만나게 된다.

 

주원료인 실리콘이 어떤 과정을 통해 전기가 통하는 집적 회로로 완성되어가는지, 반도체가 완전무결한 기능을 갖춘 완성 품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감리가 필요하며 이 각각의 설계와 제조공정을 담당하는 기업들은 무엇이 있는지를 간결하고 명확한 설명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인류 문명의 꽃이자 21세기의 전략자원인 반도체를 둘러싼 현재의 세계정세도 알아본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 전략과 일본·중국과의 관계 변화, 그 속에서 한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해온 과정을 명쾌한 문체로 전달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국제적 입지와 현 재를 냉정하게 짚어본 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반도체 전문 애널리스트의 날카로운 분석과 평가 또한 알 수 있다. 현재의 화두인 AI 기술에도 반도체는 빠질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활약할 주인공은 누구일까? 반도체의 개발과 산업구조에 대한 다방면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전문가와 기업인들에게는 산업을 보는 총체적인 시각을 더욱 확장시켜주고, 투자자들에게는 반도체 섹터 투자의 안목을 길러줄 것이다.


작가소개 이승우

현 유진투자증권의 리서치센터장으로 반도체 애널리스트를 겸하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경영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대 우경제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했다. 신영증권에서 반도체 애널리스트로서의 첫발을 내디뎠으며, 2002년 국내 최초의 롱숏 헤지펀드를 표방한 리캐피탈투자자문의 설립 멤버로 참여해 유럽 최대 운용사인 맨 그룹(Man Group) 산하의 RMF 펀드를 공동 운용했다. 이후 IBK투자증권에서 기업분석팀장과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하고 유진투자증권에 합류했다. 공학과 경영학, 셀사이드와 바이사이드, 그리고 두 번의 리서치센터장이라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입체적인 시각에서 기업과 산업을 분석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2007년부터 매경과 한경 베스트애널리스트를 여러 차례 수상했고, 2021년 연합인포맥스 금융대상과 머니투데이 애널리 스트 대상에서 반도체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여의도 금융가뿐만 아니라 기재부, 산업부, 국립외교원, 금융연수원 등 다양한 분 야에서 반도체 전문가로 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실리콘 시대의 거인들

반도체 산업에서 반드시 거론되어야 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첫 번째는 바로 인텔이다. 인텔은 1968년에 설립된 회사이다. 당시 반도체 산업의 유망주들이었던 로버트 노이스, 고든 무어, 그리고 앤드류 그로브 등이 함께 설립한 회사다. 인텔은 1969년 SRAM을 발표했고, 1972년에는 최초로 DRAM을 출시했다. 그리고 이 DRAM 사업은 1980년대 초까지 인텔의 핵심사업이 된다.

 

1987년에 앤드류 그로브가 CEO로 취임하고 나서 광고 역사에 길이 남을 광고 카피가 만들어진다. 바로 ‘Intel Inside’라는 광고다. 인텔은 PC 시장의 성장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는데, 1992년부터 2016년까지 25년간 반도체 매출 1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PC 시장이 위축됐고, 조직문화 자체가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악수를 두는 바람에 인텔의 위력은 줄어들게 된다.

 

두 번째로 살펴볼 기업은 애플이 있다. 애플은 공식적으로 반도체 기업이 아니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이미 가장 중요한 반도체 기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의 칩 설계 능력은 2010년 아이폰4와 1세대 아이패드에 사용된 45나노 공정의 A4 프로세서를 기 점으로 급성장했다고 평가된다. 2020년부터는 맥북 라인에서도 인텔과 결별했고, 자체적으로 설계한 M1 그리고 M2를 맥북과 아이맥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어팟용 무선 오디오 칩셋인 H1과 H2, 애플워치용 S시리즈까지 자체적으로 설계해 제작하고 있다. 애플과 삼성의 관계에 대해서는 더 살펴봐야 한다. 사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직후에는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주로 삼성전자에 의존했었다. 하지만 반도체 역량이 높아지면서 삼성과의 결별을 본격화했던 것이다. 2010년 출시된 아이패드와 아이폰4부터 드디어 애플의 A시리즈 신화가 시작된 것이다.

 

이때 칩의 제조는 삼성 파운드리가 담당했지만 설계의 주도권은 이미 애플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그리고 2014년에 출시된 아이폰6에는 A8칩이 탑재되었다. 여기에서부터는 애플의 파운드리 파트너가 삼성에서 TSMC로 변경되게 된다. 이때 애플의 삼성 지우기 결심은 진심이었고, 삼성의 대응은 너무 안일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왜냐하면 삼성은 애플의 가장 중요한 반도체 협력 업체였지만 동시에 아이폰의 최대 경쟁자이기도 했다는 것을 감안했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결국 애플이 떠나버린 삼성 파운드리의 앞날에는 이때부터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로 살펴볼 기업은 모토로라가 있다. 이 회사는 1928년에 설립된 회사이다. 처음에는 갤빈 매뉴팩쳐링이라는 이름이었는데, 1947년에 사명을 모토로라로 변경했다. 이 회사는 1950년대부터 반도체 사업을 강화했고,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모토로라는 반도체 사업을 가장 핵심적인 사업으로 키우게 된다. 모토로라는 DRAM 사업을 주축으로 두고 있었는데, 1990년대까지 DRAM 부문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일본의 대대적 공습 그리고 1990년대에는 한국 기업들의 부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반도체 경쟁력이 약화되었고,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휴대폰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잃어간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2011년 8월 15일에 구글에 인수되지만, 구글조차 모토로라를 회생시키지는 못했고, 다시 2014년 1월에 레노버에 매각되어 현재는 브랜드만 남아있는 상태이다.

 

네 번째로 살펴볼 기업은 NEC가 있다. NEC는 일본전기(Nippon Electric Company)의 약자이다. 설립 초기에는 전화기와 스위치 사업에 집중했고, 이후 서버와 PC, 그리고 반도체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한 회사다. 1990년대 중반까지 세계 4위의 PC 제조업체였는데, 한때 세계 1위의 슈퍼컴퓨터를 제조하기도 했다. 반도체 사업에서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8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면서 일본 반도체 전성기를 이끈 기업이다.

 

1992년부터 삼성전자에게 추월당하기 시작했고, 1999년 NEC와 히타치는 DRAM 사업을 분리해 합병하면서 엘피다를 설립했지만, 엘피다는 2012년 파산을 선언하게 되었다. 다섯 번째는 TSMC가 있다. 1987년 대만 국가발전기금의 출자로 설립된 회사가 TSMC이다. TSMC는 파운드리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원래 이 모델은 그렇게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반도체 설계의 노하우가 담긴 설계도와 공정기술을 외부 공급업체에게 맡긴다는 것이 꺼림칙했을 것이다.

 

하지만 TSMC는 필립스의 도움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고, 결국 이 사업 분야에서 절대 지존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TSMC는 자체 브랜드의 제품은 전혀 만들지 않는다. 대신 애플, 퀄컴, 엔비디아, 그리고 AMD 등의 제품을 대신 만들어주는 제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그래서 대만은 미국의 반도체 업체들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한다. 대신 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고 공생하는 것이 대만이 추구해야 할 방향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 덕분에 TSMC는 2022년에 759억 달러 매출을 올렸고,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여섯 번째는 엔비디아가 있다. 이 회사는 1993년에 설립된 회사이다. 2023년 상반기 엔비디아는 반도체 업체로는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엔비디아는 GPU의 최강자 정도로만 이해되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엔비디아는 AI 컴퓨팅을 위한 칩과 소프트웨어, 그리고 네트워크 등 풀스택 경쟁력을 갖춘 회사이다.

 

여기서 풀스택이란 CPU, GPU,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컴퓨팅 기술의 전 영역을 모두 갖춘 것을 의미한다. 엔비디아는 어떻게 하면 AI 컴퓨팅의 능력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 시대가 펼쳐질수록 엔비디아는 더 주목을 받게 되는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의 패권에 대한 전망 미래 반도체 산업의 패권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과거를 이해해야 한다.

먼저 살펴볼 내용은 플라자 합의와 미일 반도체 협정이라 는 내용이 있다. 우선 일본과 중국의 미래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과거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1985년 9월 22일 미국, 영국, 프랑스, 서독 그리고 일본은 맨해튼 플라자 호텔에 모였고, 여기에서 달러 평가절하를 위한 역사적인 합의에 서명을 하게 된다.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는 2년간 두 배나 절상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일본 제품, 특히 반도체는 가격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이 체결되면서 일본으로서는 굴욕적인 협정을 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미일 반도체 협정은 1996년까지 3차가 이루어지면서 일본 지우기는 완성이 되었다. 한편 미국의 일본 지우기는 반대로 삼성전자에게는 이득이 된 모양새가 되었다. 사실 1987년까지 DRAM 시장은 공급과잉이라는 시장의 특성이 있었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계속 적자 신세였다.

 

그러나 1987년부터 PC가 급격히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엔화 강세와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일본은 힘을 쓸수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 무렵 1988년에는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었고, 삼성전자의 DRAM 시장은 전년대비 171%라는 전무후무한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그리고 삼성반도체는 전설의 서망을 열게 된 것이다.

이번에는 중국을 살펴보자. 2012년 중국의 GDP는 미국의 50%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술분야에서도 중국의 급부상이 눈에 띄는 시점이었다. 중국의 슈퍼컴퓨터 텐허가 미국의 타이탄과 세콰이어를 누르고 세계 최강의 슈퍼컴퓨터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결국 경제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중국은 이제 미국의 아주 위험한 상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2009년에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는 중국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되고 말았다.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로 미국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0%의 대외 초저금리 정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고,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보다는 일단 자신들의 경제 체력 회복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미국은 2001년부터 20년간 테러와의 전쟁을 벌인 탓에 국력을 많이 쓸 수밖에 었었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서는 두 가지 커다란 변수가 더 존재했다. 하나는 코로나 팬데믹이었고, 다른 하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우선 코로나 팬데믹이 일어나면서 미중 관계는 물론 세계 경제의 대변화를 이끌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중 관계는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미국의 기본 정책 방향은 미국 내 제조업을 부흥시켜 일자리를 계속 늘리고 서플라이 체인에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미국 내 높은 제조 비용으로 인한 원가 및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미국은 파격적인 IRA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제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 입장에서 살펴보자. 중국은 소비 측면에서 보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반도 체의 55%가 중국에서 소비된다. 왜냐하면 주요 전자기기 생산시설 대부분이 중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중국의 반도 체 수입액은 4,172억 달러로 중국 총 수입액의 15.4%를 차지했다.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반도체를 스스로 생산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결국 중국은 2015년 반도체 굴기를 천명했고,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미국은 이를 반대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자급을 막았던 것인데, 최근 중국의 자체 생산 반도체로 중국이 스마트폰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2022년 3월 미국 바이든 정부는 한국, 대만, 그리고 일본 등에 칩4 동맹을 요청했다. 반도체 빅플레이어와 핵심 기술을 보유한 국가들끼리 동맹을 맺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 야심을 완전히 꺽어 놓겠다는 목적이다.

 

그리고 미국은 더 나아가서 반도체 제조의 주도권을 본토로 이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자국 내 반도체 생산 라인을 지으면 25%의 세금을 감면해 주는 칩스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유럽 주요국도 반도체 독자 생산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한 상태다. 반도체 산업은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밸류체인의 근간은 흔들릴 것이고, 한국 경제는 상당한 리스크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반도체 패권전쟁은 세계화의 균열과 맞물려 더 치열해진 상황이 되었다.

 

한줄평

"현대 산업과 기술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자기기의 핵심 부품, 반도체 알고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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