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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하루 한 권_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피터 자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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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전략가 자이한의 네 번째 책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The End of the World Is Just the Beginning)』이 출간되었다. 자이한은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이 “만감이 교차하는 여정”이었다고 했다. 『한국어판』을 내는 과정은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자이한이 거대 한 담론의 완성이라는 측면에서 그러한 감정을 느꼈다면, 『한국어판』 출판사는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한 가혹한 예측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자이한은 이 책에서 우리가 알던 세계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75년의 황금시대가 끝났고 이제는 붕괴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세계화가 붕괴하고 산업화가 붕괴한다.

 

세계적 분업체계도 연결망도 붕괴한다. 이 책에 서 예측하는 세계 붕괴의 양상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더욱 당혹스러운 건 한국이 헤쳐나갈 방도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이한은 그가 보여준 놀라운 예측력으로 21세기의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린다. 그의 첫 번째 책인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에 서 트럼프의 미국을 예측했고,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예측했다.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에서는 중국의 붕괴를 예측했다. 그래서 세계의 붕괴라는 그의 예측을 흘려듣기 어렵다.

 

자이한은 가까운 미래도 아니고 당장 2020년대에 붕괴가 본격화한다고 말한다. 탈세계화를 넘어 탈산업화로 탈문명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원자재도 연료도 식량도 부족해진다. 사라진 줄 알았던 기근이 다시 찾아온다. 단절되고 붕괴하는 세계에서는 물자든 식량이든 에너지든 자급이 안 되거나 강제로라도 가져올 역량이 안되는 지역이 가장 고통 받는다. 북미는 확실히 아니다. 동아시아와 한국이 가장 고통 받는다.

 


작가소개 피터 자이한

지정학 전략가이자 글로벌 에너지, 인구통계학, 안보 전문가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주재 미국 국무부에서 근무했으며, 세계 최고의 민간 정보기업 중 하나인 <스트랫포Stratfor>에서 분석 담당 부사장으로 일했다. 2012년에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고, 에너지 대기 업, 금융기관, 농업 단체, 미군 등 주요 고객들에게 세계 정세 분석과 지정학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지리학, 인구통계학, 경제학, 에너지, 정치학, 기술, 안보 분야의 전문 지식들을 결합해 고객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하도록 돕고 있다. 저서로는 『21세 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The Accidental Superpower』,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The Absent Superpower』가 있으며, 두 권 모두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세계화의 종말 세계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로 거슬러올라가야만 한다. 당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승리로 이끌고 말았다. 이때 미국은 연합국에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미국이 자국의 해군으로 세계 바다를 순찰하고 모든 상선들을 보호해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자국의 시장을 연합국의 수출에 개발할테니 수출로 경제를 재건하라고 했다. 이것은 미국이 전략적으로 모두를 보호해 줄테니 미국의 우방국은 다시는 침략당할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협정을 브레튼우즈 협정이라고 불렀고, 이때부터 브레튼우즈 체제로 시작한 세계화가 만들어진 것 이다. 미국은 브레튼우즈 협정을 이용해 세계질서를 구축했고, 게임의 근본적인 규칙을 바꾸었다. 즉 연합국과 적국을 미국에 예속시키지 않고 평화와 안보를 제안한 것이다. 미국은 그 이전 시대에 다투었던 제국들을 거의 모조리 같은 편으로 만들었고. 지정학을 바 꾸었다. 그래서 제국 간의 경쟁 관계는 국가 간의 협력 관계로 바뀌었고, 더 이상 안보는 최우선적인 관심사가 아니게 되었다. 무기를 갖추고 해상로를 장악하는 경쟁이 이제는 비용을 절감하는 경쟁으로 바뀐 것이다.

 

사실 세계화는 이렇게 축복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70년 간 인간이 누린 삶의 방식은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사건이었고, 특히 1980년부터 2015년까지의 기간은 인류 역사상 아주 독특하고 이례적으로 축복받은 시기였던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시기는 끝나고 있고, 그런 시기는 이제 우리 살아생전에 절대로 오지 않는다. 세계화에 대해서는 조금 더 살펴보자.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의 물결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서유럽과 패전국가들, 한국, 대만, 싱가 포르 등 피해국들 그리고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앵글로색슨이 정착했던 국가들이다. 이런 국가들은 영국과 독일이 그랬듯이 대대적인 발전을 이뤘고, 대대적인 도시화, 사망률의 폭락, 수명의 폭증, 인구 폭증, 그리고 출산율의 폭락을 열거한 순서대로 겪었다. 그리고 1965년 이후로 선진국 진영에서 일어난 인구 증가 중 50% 이상은 거의 다 수명연장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미국이 계속해서 세계 문명을 떠받친다고 해도 세계화의 전성기를 가능하게 했던 요소들은 사라지고 있다. 1980년 대부터 2015년까지 일어났던 태평성대는 끝났다. 선진국 진영에서는 1960년대에 그리고 개발도상국 진영에서는 1990년대에 폭 락하기 시작한 출산율의 하락추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급속한 산업화가 초래하는 현상들 가운에 인구구조 변화의 가속화라는 문제가 있다.

 

사실 산업화 초기에는 간과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두드러지게 된다. 이른바 저출산 현상이 나타난다. 산업화가 수반되는 경제성장에서의 핵심은 인구증가였다. 하지만 수명연장에서 얻는 이득은 결국 소진되고 인구 규모가 커지지만, 자녀는 덜 낳게 되 는 현상이 만들어진다. 선진국부터 개발도상국까지 거의 모든 나라는 이 패턴을 따르고 있고 2020년대에는 인구구조가 모두 붕괴하는 10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진짜 문제가 등장하고 있다.

 

바로 세계화의 종말이다. 미국은 이제 전세계를 향해 적극적인 무관심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 무관심이 새로운 규범이다. 지난 8번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전세계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후보들은 모두 패배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좌우 양 진영 모두 자기도취적인 포퓰리즘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미국인들마저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이미 세계화의 문을 닫고 있는 중이다.

 

인구구조의 붕괴와 세계화 붕괴에 직면한 나라들은 각기 나름의 방식으로 쇠락하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상호교류가 줄면 접근이 줄고 소득이 줄고 규모의 경제가 축소되고 노동 분업화가 줄고 그러면 다시 상호교류가 줄어든다. 즉 연속성과 노동 분업화가 주는 부가가치의 장점들은 사라진다. 여기에 에너지 자원도 줄어든다.

 

전 세계적인 물류 시스템은 정지할 것이고, 가까운 지역을 중심으로만 이동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뭐든 덜 생산하게 된다. 전자제품 뿐만 아니라 전기도, 자동차 뿐만 아니라 휘발유도, 비료 뿐만 아니라 식량도 덜 생산하게 될 것이다. 물론 자급자족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런 나라들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는 안전하고 세계화한 세상에서 만들어진 경제모델은 원자재를 수출하고 판매대금을 회수하고, 중간재를 수입하고 다시 완제품을 수출하면서 먹고 살아왔다.

하지만 전 세계가 쪼개지고 교역이 심각하게 제약되면 그 나라 국민은 국가의 전면적인 붕괴보다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나라에서는 국민이 나라 바깥 먼 지역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취약해진다. 물론 사망률을 낮추고 생활 수준을 향상한 산업화 기술을 없는 것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역 체제가 붕괴하면 이러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 이러한 나라들은 원자재의 수출이나 소득, 상품의 유입에 차질이 만들어지게 되고 나라 전체가 붕괴하고 대대적인 규모로 심각한 기근을 겪게 된다. 이것이 이른바 탈세계화이고, 우리는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미국의 장점 첫 번째, 지리적 여건이 있다. 미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양질의 농경지가 온대기후 지대에 자리하고 있고 농업 공급사슬 전체가 북미지역에 위치한다. 세계 최대 농산물 생산국이자 수출국이고, 그 어떤 나라보다 인간이 거주하기에 적합한 땅이라고 불린다. 미국의 물길은 세계의 나머지 물길을 다 더한 것보다 많기 때문에 운송비가 적게 들고, 셰일 가스 혁명과 태양광 발전 및 풍력 발전을 하기에도 유리하다. 게다가 미국은 북미 대륙에서 안보 위협에 직면한 적도 없다.

 

두 번째,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미국은 전쟁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있다. 약 7천 만 명이라고 추정된다. 이들은 베트남 전쟁부터 최근까지 미국의 역사를 만들어왔던 주력 세대인데,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세계 그 어느 나라 베이비붐 세대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밀레니얼 세대는 노동 인구 가운데 수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세대이다. 이들이 자녀를 많이 둔다면 미국은 또 다른 부흥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다른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은 베이비붐 세대부터 자녀를 많이 두지 않았기 때문에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미국은 그야말로 예외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 미국의 문화에 있다. 미국은 정착민이 건립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이민에 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정체성에 대해 훨씬 더 자긍심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민족국가다. 정부는 특정한 영토에 거주하는 특정한 민족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프랑스는 프랑스인, 일본은 일본인, 중국은 중국인의 이익을 추구한다.

 

하지만 미국은 미국인에 대한 정의를 느슨하게 내렸기 때문에 정착민과 미국을 가장 폭넓게 이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연방이나 연합 정부 체제가 새로 유입되는 이민자들을 흡수하기 훨씬 쉬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네 번째는 멕시코가 있다. 미국에게는 분명히 멕시코가 장점으로 존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2021년 현재로 보면 멕시코인의 평균 연령은 미국인의 평균 연령보다 10살 정도가 어리다. 따라서 미국 이민의 주요 공급원인 멕시코는 분명히 장점으로 존재한다. 멕시코인의 이민 유입으로 미국인의 평균 연령이 낮아지고 있고, 반숙련 혹은 비숙련 기술 노동력은 임금상승을 억제하고 인구구조의 허점을 메워준다. 물론 아직까지 멕시코와 미국은 제조업이 완벽하게 통합되지 못했다. 멕시코 체제는 자국민에게 전기, 교육, 기간 시설을 제공하는 역량이 크지 않기 때문인데,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평가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어떨까? 중국의 인구구조는 20년 전에 이미 시한부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중국인의 평균 연령은 2017년부터 2020년 사이에 미국인 평균 연령을 추월했고, 중국의 노동 인구와 총인구는 2010년대에 정점을 찍었다. 최상의 경우를 가정해보더라도 2070년 정도가 되면 중국의 인구는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이렇게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인구구조가 붕괴하고 있지만 미국은 인구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은 세계의 대양을 계속 장악하게 될 것이고, 미국이 닫고 있는 세계화가 종말을 맞이하더라도 미국은 건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세계화 종말은 어떤 현상을 만드는가? 사실 우리가 알고 잇는 세계는 대단히 허약하다. 그것도 설계한대로 작동할 때조차 그렇다. 오늘날의 경제 환경은 미국의 전략적 전술적 관리 감독에 의존하는 단계를 넘어 심각하게 중독되어 있다.

미국이 없다는 가정을 해보자. 장거리 화물 운송은 규범에서 예외로 격하하게 된다. 인구구조의 붕괴로 대량소비가 사라지면 대대적 통합이 경제에 이득이 된다는 주장은 무너지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가 누렸던 정상적인 삶은 끝나게 되는데, 그것도 먼 미래가 아니라 곧 끝나게 될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든지 상관없이 장거리 운송이 가장 먼저 희생될 것으로 보인다.

 

장거리 운송이 가능하려면 여러 지역이 절대적으로 평화로운데 그치지 않고 모든 지역이 빠짐없이 절대적으로 평화로워야 한다. 장거리 운송은 에너지, 제조업, 농산물의 전체 운송량 4분의 3을 담당하는데 그 장거리 운송이 붕괴된다면 어떻게 될까? 가장 우선 차질이 빚어질 지역은 아시아의 제1 도련선 안쪽에 있는 영토일 것이다. 여기에는 일본, 중국, 한국, 대만, 그리고 싱가포르 주변 지역까지 포함된다.

 

이 지역은 미국의 관리 감독하에서도 역내 협력 체제를 구축하지 못했고 외교적 압력을 해소할 장치도 마련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위험한 지역은 페르시아만인데, 미국이 주기적으로 정찰하지 않는다면 이 지역은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지역이다. 세계화라는 구조가 해체되는 새 시대에 최대 패자는 단연 중국이 될 것이다. 물론 중국이 최대 패자라는 것이지, 다른 나라가 안전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근대 중국의 산업 구조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의 직접적인 결과다. 만약 미국이 손을 떼면 중국은 에너지에 접근하지 못하게 되고, 제조업 매출에서 비롯되는 소득도 사라지고, 애초에 그런 제조업 상품들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자재를 수입할 역량과 식량을 수입하거나 직접 생산할 역량 마저도 잃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가공할 규모의 탈산업화와 탈도시화에 직면하게 된다. 정치적 해체와 더불어 탈문명화에 직면할 가능성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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