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전통경제학의 그늘 아래 새로운 분야가 발전을 거듭했다.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행동경제학은 전통경제학과 달리 인간의 완전한 합리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인간이 실제로 어떻게 선택하고 행동하는지를 고찰한다. 경제적 선택상황에 놓인 사람들 의 행동을 규명함으로써, 때때로 사람들이 보여주는 불합리한 행동의 배경에는 어떤 논리가 숨어 있는지를 살핀다. 한마디로 인간의 선택과 판단에 대한 인지심리학의 연구 성과를 경제학에 융합시킨 신생학문이다. 행동경제학 덕분에 인간의 비합리적인 측면이 잇따라 밝혀지기 시작했다.
작가소개 파트릭 베르나우 Patrick Bernau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온라인의 경제 및 금융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민경제론과 정치학을 전공했고 기자학 교를 다녔다. FAZ에 들어가 처음 5년간 일요판에서 정보기술(IT), 증시, 경제연구 분야의 기사를 썼다. 최근에 펴낸 저서로는 《유로 쓰나미. 통화에 익사하는 유럽》이 있다. 비난트 폰 페터스도르프 Winand von Petersdorff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일요신문의 설립 편집위원이며 현재 경제편집부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경제 를 설명하는 저서 《돈은 결코 충분치 않다》(카르스텐 슈로이어스와 공저)는 2008년도 올해의 경제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외 하노 베크/발터 크레머/코르스텐 헨스/루츠 요하닝/틸만 노이셸러/디르크 슈미트/크리스티안 지덴비델/막시밀리안 트로스 바흐/요아힘 바이만 등 9인 공동집필
우리는 자본주의 삶 속에서 늘 선택을 해야만 한다. 식사를 하는 것에서부터 옷을 사고 자동차를 사는 것. 모두 선택이다. 경제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말한지 오래된 일이다. 선택의 폭이 넓은 사람은 여기서 이익을 보기도 하고 아니면 의미 없는 대상은 무시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선택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다. 심리학자들은 선택과 배제가 짜증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갈수록 선택 가능성이 커진다면 언젠가는 선택 자체가 고통스러울 것이며 거기서 추가로 발생하는 유용성은 투자한 노력의 비용을 보상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배리 슈워츠는 이것을 선택의 역설이라고 했다.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이것이 소비자를 더 만족시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슈워츠는 특히 인간은 지나친 선택에 짓눌리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사람은 자기 선택이 기본적으로 최악이 아닐 때도 결정에 대한 의혹 때문에 괴로워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선택의 폭이 줄어든다고 해서 결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영상에서는 2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사실, 이 질문은 시카고 대학의 행동경 제학자인 크리스토퍼치와 지아오장이 현장 실험을 했던 결과이다. 구직자에게 두 개의 일자리를 소개했다.
하나는 연봉 7만 달러에 지루한 일이고, 다른 하나는 연봉은 6만 달러지만 흥미로운 일이었다. 구직자는 과연 어떤 일자리를 선택할까? 두 번째 질문은 미국의 실정으로 볼 때 평균치 이상인 280평방미터짜리 집에서 가족과 함께 살며 도보로 출퇴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이 사람에게 지금 사는 집과 똑같은 월세를 내고 370평방미터짜리 집으로 이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출근하는 데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집이었다. 이 사람은 이사를 할까? 실험 결과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급여와 더 넓은 집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불분명한 장점보다는 수치로 확실하게 드러나는 차이를 선호했다. 더 많은 보수와 더 큰 규모에서 오는 행복감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왜 그럴까?
사람들이 행동할 때 저지르는 사고의 오류를 파악한 연구진은 이른바 ‘차별성의 편향’, 즉 비교의 왜곡된 효과가 그 이유라고 설명한다. 연구진은 수많은 선택대상을 비교하는 데서 잘못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예컨대 어떤 일을 시작할 때는 거기서 벌어들일 소득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하지만, 흔히 사람들이 짜증스러워 할 때는 보수가 낮은 일보다는 힘든 일을 할 때다. 누구나 즐겁지 않은 일에서 오는 부담은 일상적으로 느끼지만 이와 달리 좋은 보수의 이점은 잘 인식하지 못한다. 이때는 전혀 비교하지 않거나 비교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므로 보수가 높고 지루한 일을 하기로 선택한 것은 잘못된 결정일 수 있다.
즉, 쉽게 알 수 있고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상의 특징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또한 동시에 잠재적인 요인, 즉 행복감을 줄 수 있는 특징은 과소평가한다. 이를 과학에서는 ‘소박한 합리주의’라고 부른다. 결과적으로 많은 보수와 지루한 일을 선택하는 사람은 급여를 비교한 결과를 과대평가하고 분명하게 드러난 급여의 차이에 큰 비중을 두며, 또 일단 돈부터 따지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 마음에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례들은 대부분 행동경제학 이 등장하고 나서 약 20년간 밝혀진 사례들이다. 중요한 것은 인식에 대해서 알아두는 것은 필요하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 중 하나는 인식에는 3가지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안다는 것을 아는 것과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 이렇게 3가지가 존재한다. 지식과 무지에 대한 올바른 지적이다. 사실, 이 내용은 1999년 코넬대학 교수인 저스틴 크루거와 데이비드 더닝이 했던 포괄적 연구가 시작되면서 더욱 구체화되었다고 한다.
그들의 연구 주제를 간단히 말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명제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져서 화제가 되었 다. 이것을 ‘더닝-크루거 효과’라고 부른다. 두 사람은 연구 과정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했는데,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를 물었다.
학생들의 대답을 보면 자기평가와 실제 능력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최하위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유난히 자신을 과대평가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기업에서도 한번은 고민해볼 만한 내용이 된다. 기업에서는 직무평가와 관련하여 자기 스스로 평가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적어도 ‘더닝-크루거 효과’는 이런 경우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책에는 수 없이 많은 사례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주로 편향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생존편향, 행동편향, 정보편향, 현상유지편향이다. 인간은 가만히 있으려고 하면서도 행동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종잡을 수 없는 존재이고, 오리무중이다. 이런 오류들로 볼 때 인간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그렇게 어리석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인간에게는 자신의 오류에 대한 학습 능력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성공에 눈멀기도 하고 위급상황에서 행동주의에 빠지는 경향이 있으며 때로는 어설픈 광고 문구마저 믿곤 한다. 하지만 이런 것은 수많은 사고의 오류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오류들이 발견된 것은 행동경제학 덕분이다.
물론 과거의 경제학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 을 것이다. 그저 인간은 합리적인 인간이라고 이해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동경제학도 완전하지는 않다. 실험을 통해 밝혀 낸 사고의 오류는 매끄러운 새 이론으로 구축할 만큼 통일된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는 말이다.
결국, 우리는 탐욕과 불안 사이에서 흔들리기도 하고 극단에 치우치는가 하면 종종 자신을 과대평가하면서 동시에 남의 말을 쉽게 믿기도 한다. 또 아주 어리석을 때도 많다. 또 인간의 머리는 깊게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더 노력할 수 있으며 완벽하진 않아도 더 객관적이려고 한번은 더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의 학습능력을 믿어볼 때다.
한줄평
"선택이란 하나를 고르는 건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다른 하나를 버리는 것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하루 한 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 한 권_화이트 스페이스[줄리엣 펀트] (0) | 2023.09.15 |
---|---|
하루 한 권_리워크[제이슨 프라이드] (0) | 2023.09.14 |
하루 한 권_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0) | 2023.09.12 |
하루 한 권_역설계 1부[론 프리드먼] (0) | 2023.09.11 |
하루 한 권_롱게임[도리 클라크] (0) | 2023.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