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무언가에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1만 시간의 법칙’.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다 성공할 수 있다 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었다. 그런데 우리가 1만 시간의 법칙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 어떨까?
사실 1만 시간의 법칙이 강조한 것은 노력이 아니라 재능을 꽃피게 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1만 시간’의 노력만을 강조하며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연세대 심리학과 김영훈 교수는 『노력의 배신』에서 그동안 우리가 진리처럼 믿어온 노력의 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노력과 재능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에 관한 과학적 증거를 분석하며 노력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살펴본다.
저자는 노력과 재능이 성공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4가지 관점으로 접근해 논리적으로 밝히고,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이 ‘노력 신봉’이 의미가 있는지 되짚어본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사회가 개인의 노력만 강조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날카롭게 분석하며, 노력 신봉 사회의 문제점과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준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노력의 힘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지, 또 노력 신봉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소개 김영훈
사회심리학자이며 문화심리학자. 연세대학교에서 ‘노력의 배신’이라는 강의를 하며 많은 학생이 자신의 성공과 실패 원인을 노력 때문으로 돌리는 것을 보았다. 특히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실패한 사람들이 더 열심히 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모습을 보고, 더 는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자신과 타인을 가혹하게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노력의 배신』 책을 썼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에서 학사 학위를, 아이오와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후에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긍정심리센터 연구원을 지냈다. 2012년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2013년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특훈교수’에 선정 및 임명되었고, 2015년 아시아사회심리학회(Asian Association of Social Psychology)에서 ‘최고의 논문상’을 수상했다. 삼성, LG, 사법연수원, 초·중·고등학교 학부모 연수 등 각종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강연 했으며, 저서로는 『차라리 이기적으로 살걸 그랬습니다』가 있다.
우리는 노력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살아왔다. 무슨 일이든 노력하면 잘 할 수 있다고 배웠다. 공부든 사업이든 모든 문제는 노력의 부재로 야기된다는 뜻이며,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만 성공할 수 있고, 노력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이야기. 그리고 성공하지 못한 것보다 더 나쁜 것은 포기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즉 성공의 원인도 노력이고, 실패의 원인도 노력으로 치환해버린다. 이른바 노력 신드롬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 꼭 잘하는 사람은 아니고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결국 잘할 수 있다는 노력 신드롬은 잘못된 환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해럴드 스티븐슨과 제임스 스티글러는 노력에 관한 동서양의 생각 차이를 살펴보기로 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수학을 잘할 수 있다’ 이 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미국인들은 25% 동의하지만, 동양인들은 60% 동의했다. 즉 미국인들의 75%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수학을 잘 못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이는 노력에 대한 동양인과 서양인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동양인들은 대체적으로 무슨 일이든 노력하면 잘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듯하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심리학과 스티븐 하이네 교수가 동서양인의 비교실험을 했다. 여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창의성 과제를 부여하고 여기에 거짓된 피드백을 부여했다. 그랬더니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서양인들은 ‘상당히 잘했다’라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후속과제를 더 열심히 했고, 동양인들은 ‘상당히 못했다’라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후속 과제를 더 열심히 했다. 즉 서양인들은 자신이 못하는 것은 인정하고 더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동양인들은 잘하는 일은 열심히 하지 않고, 못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이는 노력 신드롬의 한 측면이다.
즉 노력 신드롬을 갖게 되면 부족한 점을 찾고, 노력으로 극복하려는 자세를 갖게 된다. 노력 신봉 공화국에서는 그래야만 겸손하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칭찬을 받기 때문이다. 노력 신드롬과 연관된 하나의 주제를 더 살펴보자. 바로 ‘사람은 바뀔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람이 바뀔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서양 사람은 사람이 변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특정한 기질과 품성,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믿는다. 이런 생각은 동양인들과는 완전히 반대의 생각이다.
동양인은 노력으로 자신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대신 사회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서양인은 자신은 변할 수 없고, 대신 사회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최선의 노력을 허용하고,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노력 신봉 공화국을 건설한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격적 특질, 재능, 소질 등은 타고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노력으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재능이나 타고난 노력 같은 단어들은 암묵적으로 터부시하는 사회적 금기어가 됐고, 노력만이 살길이고, 노력이 모든 사람의 희망이 되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은 틀렸다 2009년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언급했고, 누구든지 무언가에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이론은 원래 플로리다주립대학교 안데르스 에릭슨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서 인용된 것이었다.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는 1만 시간 정도 연습했고, 우수한 학생들은 7,800시간 정도, 그리고 평범한 학생들은 4,600시간 정도 연습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따라서 어떤 분야에서든지 1만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나 월등한 실력을 선보일 수 있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시간주립대학교 심리학교 잭 햄브릭 교수가 이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즉 1만 시간 이상 의도적 연습을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안데르스 에릭슨 교수의 주장을 무력화한 것이다. 햄브릭 교수는 각 분야에서 노력과 훈련이 성공에 몇 퍼센트나 기여했는지를 조사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게임 분야에서의 노력은 성공과의 관계성이 26% 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74%는 노력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음악 분야에서의 노력은 성공과 21%만 관계가 있었고, 스포츠 분야에서는 18%만이 노력과 관계가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공부를 잘하는 것과 노력의 관계다. 결과는 4%였다. 공부를 잘 하는 것과 노력은 거의 관계가 없었다.
그렇다면 전문직에서의 성공은 노력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엔지니어든, 축구심판이든, 영업직이든 죽도록 노력하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결과는 1% 미만이었다. 통계적으로 보면 전문직에서 성공하는 것은 노력의 양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뜻이다. 물론 전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노력을 성공의 원인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99% 이상의 성공이 노력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는 것이다. 잭 햄브릭 교수의 이야기는 두 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다. 첫 번째, 안데르스 에릭슨 교수가 이야기하는 것만큼 혹은 사람들이 일반 적으로 믿는 것만큼 노력이 성공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노력의 효과가 전혀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매우 작다.
두 번째, 그렇다면 성공의 원인은 도대체 무엇인가? 핵심은 바로 타고난 재능과 능력이다. 즉 재능과 능력이 노력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사실, 혹은 믿고 싶었던 사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재능과 노력의 관계 사실 많은 사람들은 노력보다 재능이 성공을 좌우한다면 더 많이 노력하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다시 잭 햄브릭 교수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는 재능이 부족하면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인지적 착각이라고 했고, 이와 관련한 내용을 2015년에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 두 가지를 언급했다. 첫 번째는 ‘재능-노력 연관성’이고, 두 번째는 ‘재능-노력 상호작용’이라는 것이다. 지금부터 이 두 가지 개념에 대해서 살펴보자.
먼저 재능-노력 연관성이다. 이 개념을 쉽게 설명하면 재능과 노력은 서로 다른 독립적인 주체가 아니라 서로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이 노력한다는 뜻으로 재능이 노력을 가능케 한다는 말이다. 재능이 노력을 창조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재능과 노력은 서로 독립적인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즉 재능이 많다고 노력을 더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재능이 적다고 덜 노력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재능이 있어야 더 노력하게 된다.
두 번째, 재능-노력 상호작용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이 개념은 노력의 효과가 재능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재능이 있는 사람이 더 월등한 성적을 낸다는 것이다. 물론 재능이 낮은 사람이나 재능이 높은 사람은 둘 다 노력하면 성과가 더 높아지는 것은 맞다.
그러나 재능이 낮은 사람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재능이 높은 사람이 노력하지 않은 것 보다 더 낮은 성과를 낸다. 결국 재능이 높은 사람이 조금만 노력을 하면 훨씬 더 높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이유 중에서 노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될까. 이 문제도 잭 햄브릭 교수가 조사한 내용이다. 바로 25%였다. 즉 재능있는 사람들이 성과가 좋은 이유 중에서 재능을 기반으로 노력을 많이 한 경우는 25% 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75%는 재능 있는 사람들이 노력 없이 높은 성과가 나온 비율이었다.
노력이란 무엇인가? 안젤라 더크워스가 쓴 <그릿>이라는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심어준 책이기도 했다. 그릿은 ‘열정적인 끈기’로 해석된다. 결국 포기하지 않고 성공하는 사람들은 열정적인 끈기가 있었다는 주장의 논문을 낸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학계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아 야만 했다. 안젤라 더크워스의 <그릿>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그릿은 다른 학자들의 후속 연구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끈질기게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는데, 그런 현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끈질기게 노력하는 것과 성공은 별 관계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두 번째, 안젤라 더크워스가 주장하는 그릿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고 그저 성격적 특성인 성실성을 뜻하는 것이다. 즉 성실성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그릿이라는 이름으로 재포장한 것이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문제는 그릿을 성격적 특성이라고 이야기할 때 더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성실성은 성격 특성이기 때문이고, 성격 특성이라는 것은 각 개인이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지 자신의 의도대로 바꿀 수가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 자신도 마음에 들지 않는 성격 한두 가지 정도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 특성은 바꿀 수가 없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그릿과 유전은 반대 개념이라고 생각할지 모른 다. 하지만 그릿과 유전과의 연관성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관관계는 0.61이라고 한다. 즉 사람들 간의 그릿 점수 차이는 37%가 유전으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엄청나게 큰 관련성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포기하지 말고 열정을 가지고 끈기 있게 노력하는 것’은 타고난 성격적 특질이라고 할 수 있고, 이것은 타고난 똑똑함처럼 누구나 가질 수 없는 특질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노력 신드롬은 허구이자 환상이라고 할 수 있다. 노력을 많이 한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노력을 적게 한다고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노력은 수많은 조건 중 하나일 뿐이고, 오히려 노력은 성공을 만들어내는 데 가장 기여도가 작은 요소에 불과하다. 따라서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라고 해야 한다. 세상에는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고, 그것 은 바로 타고난 재능이나 능력이 되어야 한다. 사실 이와 같은 사실을 우리가 인정한다면 보상과 처벌에 대한 사회 인정 시스템은 변경되어야 하고, 공교육 시스템 그리고 기업의 교육 시스템이나 인재를 선별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큰 변화가 뛰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줄평
"노력하고 싶다면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 지 찾는 것부터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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