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하는 '지혜로운 사람'은 아는 게 많은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실생활에서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시의적절하게 실용적인 해법을 내놓거나 사회적 이슈나 논란거리에 대해 예리한 의견을 내놓은 사람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지혜도 '분별' 혹은 '양식 (good sense)'과 관련이 있다. 일상의 기회와 시련에 대처해야 할 때,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효과적으로 적용할 줄 아는 능력을 강조하는 정의다. 사회심리학의 세계적 거장인 두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도 심리학이 단지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걱정거리를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저자들은 이 책을 두 부분으로 나눠 설명한다. 1부에서는 보다 지혜롭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인간 심리와 행동에 대한 통찰들로 채워져 있다. 평범한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의 차이를 통해 우리는 지혜를 구성하는 속성들에 대해 배울 수 있다.
2부로 넘어가면, 앞에서 배운 지혜의 원리들을 현실적인 중요한 쟁점들을 풀어야 하는 순간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들이 나온다. 현실적인 쟁점은 총 네 가지로, 행복, 자녀교육, 인간관계, 환경보호에 관한 것이다.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현실의 여러 문제 앞에서 잘못된 판단과 결정으로 난처한 상황에 놓일 때가 많다.
저자들은 이렇게 인간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진짜 이유에 주목했고, ‘이 방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 어떻게 잠재된 지혜를 발휘하여 그물처럼 얽혀 있는 삶의 갈등들을 헤쳐 나가는지, 그 원리를 자세히 설명했다.
작가소개 토머스 길로비치
1954년생으로 1981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코넬 대학교 교수다. 사회심리학자로서 특히 의사 결정과 행동경제학을 주로 연구해 왔다. 대니얼 카네먼, 에이머스 트버스키, 대릴 벰 등 다른 저명한 학자들과의 공동 연구도 많다. 저서로 이 책 외에 『돈의 심리학』, 『사회심리학』(공저서)이 있다.
작가소개 리 로스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 교수이며, 스탠퍼드 갈등협상센터(Stanford Center on Conflict and Negotiations)의 공동 창설자다. 저서로는 『인간과 상황(The Person and the Situation)』(공저)과 『인간의 추론(Human Inference)』(공저)이 있다.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집단적 사고와 폭포효과를 거론하며 회의를 제대로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책에서 강조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는 회의를 주재하는 리더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고 있고, 대부분 집단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일 것이다.
<이 방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책에서는 일부의 내용을 정리했다. 즉, 회의를 잘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만 깊게 살펴보고자 한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자기가 생각하는 걸 말해봅시다” 회사를 다니다보면 늘 이런 상황에 직면한다.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은 이런 식으로 회의를 많이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한 회의는 그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다. 회의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흐르지 못한다. 위계 질서에 매몰되어 버리게 된다. 토론을 할수록 열려 있는 가능성의 폭은 점점 좁아질 것이며 결국 리더가 원하는 답만을 외치게 될지도 모른다.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말이다.
이 회의에서는 두 개의 과정이 존재하게 된다. 이 두 가지 과정은 다양한 의견 표출을 막게 되는데, 하나는 의도적인 것이고 또 하나는 의도적이지 않은 것이다. 먼저, 자기검열의 문제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을 꺼려한다. 그러므로 곧 어떤 합의가 도출 되려고 하는 순간이라면 그 합의 내용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집단이든 대부분의 구성원은 자기가 찬성하지 않는 제안이라 하더라도 전술적으로 기꺼이 찬성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절대로 찬성하지 않을 사안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한다. “재무팀의 존경하는 OO께서 말씀하신 내용에 대해 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과연 진정으로 동의하면서 하는 말일까? 이런 종류의 자기검열은 결정 내용에 따른 이해관계의 규모가 크거나 집단 구성원들이 명백하게 하나의 의견으로 모여야 비로서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특히 더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경우에 일종의 ‘집단사고’가 나타난다.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마땅히 해야 하는 비판적인 정밀조사나 탐구를 건너뛰는 것이다.
집단사고란 무엇인가? 집단의사결정 분야를 개척했으며 ‘집단사고’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사회심리학자 어빙 재니스는 미국의 정치 및 군사 분야의 역사상 잘못된 의사결정 대부분이 이런 유형의 사회적 압력들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열거한 잘못된 의사결정의 목록 가운데는 1940년대 일본의 진주만 기습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무시한 결정, 1960년대 초에 피델 카스트로의 쿠바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피그스만 침공 작전을 개시하기로 한 결정, 1960년대 말에 베트남전을 확대하기로 한 결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협소한 초첨 현상은 너무도 흔한 것이라서 군부가 여기에 ‘근친상간적 자기확신의 증폭‘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로 했다. 영국의 한 주간지는 이 개념을 ’단 하나의 반대의견도 없이 합의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에만 귀를 기울이게 함으로써 기존의 믿음을 강화하고 계산 착오의 상황이 무르익도록 조장하는 경향‘이라고 정의했다.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정보만 다룬다' 이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을 살펴보자. 즉 사람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정보보다는 다른 사람들도 함께 가지고 있는 정보만을 다루게 된다. 그것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예컨대, 로버트라는 직원이 있는데, 신제품 시장의 크기와 신제품 개발의 역사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제품의 기술적 특성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다. 이와 달리 첼시라는 직원은 이 신제품의 역사와 기술적 특성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알지만 이 제품의 시장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다. 이 경우에 두 사람이 신제품을 두고 나누는 대화 대부분은 두 사람이 공통으로 알고 있는 분야인 제품의 역사다.
즉, 두 사람은 제품의 기술적 특성이나 시장을 화제에 올림으로써 자기에게 부족한 것을 상대로부터 배울 기회는 놓쳐버리고 만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정보를 화제로 삼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왜냐하면 토론의 공통분모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할 때 회의 분위기가 한결 화기애애하기 때문이다. 결국 회의는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다.
회의에서 집단사고를 극복하는 방법은? 획일적인 생각을 몰고 오는 이 두 가지 원천에 맞서 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단순한 방법이 있다. 첫째, 자기검열과 싸우려면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자기가 생각하는 걸 말해봅시다”라는 말로 회의를 시작해서는 안된다.
이렇게 하면 아이디어가 샘솟는 것을 오히려 막아버린다. 참석자에게 각자 논의해야 할 사항을 쪽지에 적게 하고 이걸 모두 모은 뒤에 누군가 한 사람이 큰소리로 읽는 게 훨씬 낫다. 이렇게 해서 제시된 사실, 선택 사항, 고려 사항 등을 놓고 토론을 벌이면 문제를 한층 입체적으로 다룰 수 있고 논의가 더 풍부한 정보로 채워진다.
또 전체를 소그룹으로 나누어서 논의를 진행하고, 이 논의의 성과를 공유하면 토론을 설익은 채로 좁은 범위에 가두는 오류를 피할 수 있다. 둘째,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지식 효과를 극복하는 일은 더 어렵다. 사람들이 각자 감추고 있는 정보가 결국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회의를 장시간 하는 방안도 시도됐지만, 이 방법도 도움이 되지 않음이 밝혀졌다.
다양성이 발현될 가능성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회의나 논의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를 늘리는 방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반면 다양한 전문가를 논의에 참여시키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때도 각 개인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은 정보를 찾아서 내놓도록 함으로써 전문적인 지식과 다양한 견해가 한자리에 놓이도록 할 때만 최대의 효과가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한줄평
"회의를 잘하는 방법_자기검열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지양, 입체적이고 전문성을 가져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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