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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하루 한 권_정해진 미래[조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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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인구학적 관점’이라는 기준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전략을 알려준다. 저출산 세대가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될 미래까지의 전체적인 사회변화상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입시, 취업, 결혼등 경쟁이 치열할수록 인구집단 크기에 따른 자살률이 높아진단다. 그런데 세대끼리가 아닌 청년세대 20~40 VS 50~70 노인세대
세대간의 경쟁으로 변화나가고 있다.

인구학의 관점에서 볼 때 모든 미래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며, 설명 가능하다. 그것을 아는가 모르는가가 개인과 사회의 운명에 큰 차이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니 알아야 한다. 인구변화가 이끌어내는 미래의 변화된 사회상을 조금이나마 눈에 잡히는 증거와 함 께 볼 수 있다면, 우리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기준으로 자신의 앞 날을 더 잘 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작가소개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사람들이 태어나고, 이동해 다니고, 사망하는 인구현상을 통해 사회의 특성과 변화를 읽어내는 인구학자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대학교에서 사회학으로 석사를, 인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04년부터 서울대학교 보건대 학원에서 보건인구학을 공부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한국인구학회, 한국보건사회학회 등 학술단체에서 이사로 활동한 바 있 고, 2015년에는 4년간의 임기로 아시아인구학회 이사로 선출되었다. 2015년 연구년 기간 동안 베트남 정부 인구 및 가족계획국에 인구정책 전문가로 파견되어 1년간 하노이에 거주하며 베트남이 인 구정책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는 작업을 도왔다. 2016년 9월부터는 베트남의 사회부총리에 의해 꾸려진 고령자를 위한 건강관리 시스템을 준비하는 태스크포스팀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주요 국가들의 인구변동의 특성을 통해 미래사회를 예측하려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스마트폰, 웨어러블 등의 모바일기기와 이를 통해 축적되는 빅 데이터가 건강관리 및 증진과 같은 보건 분야에 어 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학술적 궁금증을 탐구하고 있다. 


‘인구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일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학창시절에 공부를 열심히한 덕분에 많은 이들이 ‘인구학’이라 하면 조건반사처럼 ‘맬서스의 인구론’을 떠 올린다.

 *맬서스의 핵심 이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인간은 늘었는데 식량은 턱없이 모자라고, 결국 기근이 생기니 인구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맬서스 인구론의 주요 골자라고 배웠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다.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는 인구학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일반인들에게 인구학은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

 

현재 국내에 인구학이란 전공분야를 둔 학교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밖에 없다. 단순하게 말해 인구학은 사람이 태어나고 이동하고 사망 하는 것, 이 3가지를 다룬다. 출생과 사망과 이동의 원인이 무엇이고 결과가 무엇인가를 보는 학문이다. 세부적으로는 크게 형식인구학사회인구학으로 나뉜다. 형식인구학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인구학의 개념으로, 한마디로 ‘사람 세는 것’이다 . 정확히 셀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따분해 보이지만 사람 숫자를 정확히 세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편 사회인구학은 출생, 사망 그리고 이동하는 인구가 매년 달라지는 원인을 찾아내고 그 결과로 생겨나는 사회의 변화를 연구한다. 그리고 ‘인구학적 관점’이란, 매우 복잡해 보이는 인구현상들을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복잡한 문제는 언제나 있다. 예컨대 출산율도 그냥 숫자만 세는 것이 아니라 왜 해마다 변화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여기에는 교육문제도 있고 노동문제도 연관돼 있다.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인구학적 관점이라 한다.

 

그리고 인구학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20년까지 예측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구는 약 20년까지 다른 어떤 기준보다 정확하게 미래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구는 재화와 서비스의 소비자이자 생산자이며, 20년 동안은 큰 변화가 없다. 당연히 20년 정도는 예측하는 것이다. 인류는 인구의 숫자에 대해서 고대에서부터 고민하면서 살아온 듯하다. 특히 고대에는 인구와 관련해서 산아제한론자와 출산촉진론자가 있었다. 동양은 대체적으로 출산촉진론자가 우세했는데, 중국을 생각하면 뚜렷이 보일 것이다. 산아제한론자는 인구를 조절의 대상으로 생각하며, 대표적으로 맬서스가 있다. 맬서스는 인구과잉의 결과가 빈곤이고, 빈곤을 없애려면 인구를 줄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인구를 조절하는 것이 잘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이다. UN은 우리나라가 가족계획을 실시한 후 잘 살게 되었다는 사실을 신뢰하고 특히 가난한 나라에 맬서스주의를 적용해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출산율을 줄여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릴 수가 없다. 물론, 1960년대 초반 세계 최빈국 대한민국의 극적 반전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반전을 이룬 나라는 전 세계에서 인구정책으로 발전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인 대한민국 밖에 없다.

하지만, 인구를 줄여 부자 나라가 된다는 원칙을 인정 할 수는 없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구를 줄여서 저출산의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 2002년 저출산에 주목해봐야 한다. 2002년 저출산은 단순한 저출산이라고 하기에는 급락 폭이 너무도 크다. 2002년 의 출생인구가 약 49만 명으로, 2000년의 63만 명에 비해 갑자 기 14만 명이나 줄었다. 14만 명이 2년 만에 줄어든다는 것은 상 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와중에 교사임용은 계속 늘려가고 있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 교사당 학생 수가 너무 많다는 의견이 비등했기 때문에 교사를 많이 뽑았다. 아이들이 줄어드는데 교사는 늘어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그때부터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로 떨어진 시기가 되었고, 2002년 이후 한해 출산되는 신생아는 50만 명을 넘지 못하 고,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출산율은 변화의 폭이 크면 사회와 주고받는 상호 작용이 크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미 뽑아놓은 교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0~14세 인구의 변화에 대해서 살펴보자.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는 해마다 약 100만 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1970년의 0~14세 인구는 1370만 명이나 되어, 이들이 학교 에 입학할 때가 되자 교육자원이 심각하게 부족해졌다. 교실이 모자라서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오전반, 오후반’ 수업이 실시되기도 했다.

 

그러다 태어나는 아이가 줄기 시작해 10년 뒤인 1980년 에는 0~14세 인구가 1295만 명으로 감소했다. 1990년에는 더욱 줄어서 1097만 명이 되었고, 다시 10년 후인 2000년에는 991만 명 이 되었다. 1970년 이후 30년 사이에 아동인구가 400만 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그 이후 변화는 더욱 급격하여 2015년에는 아 동인구가 약 700만 명으로, 불과 15년 만에 거의 300만 명이 감소했다. 10년이 강산도 변한다는 긴 세월이라 해도, 전쟁도 겪지 않았는데 인구가 이렇게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문제는 저출산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데에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과 대형마트의 미래가 바뀔 것이다. 부동산 가격도 바뀐다. 사람들은 4인 가구가 줄어드니까 중소형 아파트면 괜찮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잘못된 이야기다. 왜 그럴까? 첫째, 그동안 부동산 가격은 대형 아파트가 올려놓고 작은 평수가 따라가는 구조였기 때문에 대형 아파트 가격이 무너지면 다른 평형 아파트도 같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크다. 대형 아파트의 몰락과 함께 부동산 불패신화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단순히 가족이 적어진다는 사실만 보아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의 1~2인 가구는 아파트를 구매할 여력이 없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일단 젊은이들은 집을 살 여건이 안 된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 현재 우리나라의 20~30대는 이전 세대의 그 연령대에 비해 구매력이 현저히 낮다. 이전 세대들이 20대 초중반에 경제활동을 시작했던 반면 현재의 20~30대는 구직난 때문에 30 ~40 대가 되어야 경제활동을 시작하기 일쑤다. 이들이 10년 뒤 30~40대가 되어도 당연히 지금의 30~40대에 비해 경제적 여건이 좋 지 않을 터이므로, 투자를 목적으로 아파트 구매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1~2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노인이고 이 비중이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데 있다.

 

사회가 고령화되는 만큼 가구도 고령화된다. 2025년이 되면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60%를 차지하고, 1~2인 가구의 65%는 노인인구로 채워질 것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시장은 사고 파는 사람이 많아야 활성화된다. 특히 부동산은 거래가 계속 있어야 집값이 올라간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이 들수록 거래에 수동적이 된다.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사고 파느니 속 편하게 그냥 안 사고 안 팔겠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우리나라에 1~2인 가구가 늘어난다는 이유만으로 소형 아파트 시장이 활황이 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이 그런 식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반박할지 모르지만, 결국 시장이란 수요-공급 원칙의 지배 를 받게 돼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모든 학교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줄어드는 학생 숫자 때문이다.

 

초등학생은 2009년에 360만 명이었지만 2010년에는 340만 명, 2013년에는 30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2002년 생이 학교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중학생은 2015년에 170만 명, 2016년에 156만 명, 2017년에는 145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고등학생도 2002년생이 진학하는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줄어들고 2021년 130만 명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학교와 교사는 꾸준히 늘었다. 예컨대, 초등학교는 2000년 5267개교였으나 2013년 5913개교가 되었고, 교사는 2000 년 14만 명에서 2013년 18만 명을 넘었다. 2025년에는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13.1명으로 떨어지게 되지만, 과연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학교에는 1만 명 이상의 교사가 잉여자원이 되고 수백 개의 학교가 폐교되어야 하며, 사립 대학도 문을 닫아야 한다. 좋아지는 것은 대입경쟁률이 낮아진다는 것 뿐이다.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청년 실업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사람들은 인구가 줄어드는데 실업 문제는 왜 발생하는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구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인구는 줄어들었지만, 대학졸업자는 오히려 더 늘었고, 산업은 저성장 국면으로 돌아섰으니 청년 실업은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의 구성원들이 고령화된다는 문제는 심각하다. 책에 있는 한 회사의 사례이다. 인사팀에 요청해 연령별 분포 자료를 보니 2013년 현재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16%였고, 대부분 임원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비율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50세 이하 임직원의 대부분이 40대였던 것이다. 40대도 초반이 아니라 중후반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30대는 조금 있었지만 20대는 거의 없었다. 현재와 같은 비율로 입사하고 퇴사한다고 가정한다면, 10년 후 이 회사 임직 원의 40%는 50대가 차지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50대면 아무리 못해도 부장, 이사급일텐데 그들의 연봉을 누가 주겠나. 기가 막힌 신제품을 내놓든, 제품 가격을 올리든 돈을 획기적으로 많이 벌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10년 안에 이들의 상당수를 내보내야 한다. 그 회사 구성원들은 심난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심란하기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당연히 반발과 갈등이 생길터이므로 회사 마음대로 직원을 정리할 수 없다. 지금까지 조직 내 고령화를 생각하지 않았던 기업이라면 이제부터라도 반드시 대책을 마련해야할, 피해갈 수 없는 사안이다. 비단 위기를 맞은 조선소나 일부 대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업종, 모든 기업에서 이런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세대간 갈등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인구학적으로 더 눈여겨보아야 할 세대갈등은 베이비부머 1세대와 베이비부머 2세대 간의 갈등이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1세대는 1955~64년생, 2세대는 1965~74년생을 가리킨다. 한마디로 ‘58년 개띠’와 ‘70 년 개띠’ 간의 대결이랄까. 이 두 세대는 인구 크기가 얼추 비슷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그중 베이비부머 1세대가 이제 막 은퇴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은퇴와 관련해 노동시장에 만들어놓은 대표적인 작품이 ‘정년연장’이다. 이들은 은퇴가 목전에 닥치자 고용을 안정화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은퇴연령을 60세로 늦췄다. 자신들의 노후를 그렇게 해서 조금이나마 안정시켜 둔 것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은퇴는 해야 했다. 그들이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면 그다음으로 2세대가 슬슬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

 

나도 여기에 포함되는데, 우리 2세대들은 어떤 대책을 세울까? 베이비부머 2세대는 1세대보다 인구가 더 많다. 그리고 이들은 공부도 더 많이 했다. 바야흐로 지금 한국사회의 주도권은 이들 2세대가 쥐고 있다. 만약 여러분이 베이비부머 2세대라면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하겠는가? 지금은 기득권을 쥐고 있지만 경기가 어렵고, 자식에게 노후를 의탁할 수도 없다면? 은퇴를 아예 없애면 된다. 은퇴 없이 평생 일하는 신화를 만드는 것이다.

가만히 보니 그들의 뒤를 따라오는 세대는 크기가 작아 힘이 없는데다 상대적으로 사회생활도 늦게 시작했으니 경험도 많지 않다. 2세대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국가도 좋을지 모른다. 이들이 한꺼번에 은퇴하면 국가가 이들에게 복지정책을 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하지 않은가. 그러니 2세대가 은퇴하지 않는 게 국가로서도 나쁘지 않다. 2세대는 대부분 아직 40대이므로 마음만 먹으면 몇 십 년은 더 현역으로 뛸 수 있 다. 뒷세대들의 일할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겠지만, 이미 말했듯이 그들은 정치적 힘이 없으므로 2세대의 계획에 맞서 싸우지 못한다.

 

인구학에 ‘이스털린-프레스턴 이론’이 있다.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과 프레스턴(Samuel Preston)은 매우 저명한 미국의 인구학자들인데, 그들이 각기 다른 연구에서 코호트의 크기가 자살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한마디로 코호트의 사이즈로 다양한 사회적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사람이 자살하는 행위까지 포함된다는 것이다. 베이비부머처럼 코호트 크기가 큰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입시, 취업, 결혼 등 경쟁해야 하는 시기에 자살률이 높았다.

 

그러다 은퇴해서 경쟁에서 벗어난 후에는 다른 코호트보다 자살률이 낮았다. 왜냐하면 주변에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노인이 나밖에 없으면 외롭고 힘이 없으니 자살률이 높은데, 나 같은 노인이 많으면 외롭지도 않고 정치적 힘도 세서 요구할 것도 많아진다. 우리나라에 적용해보지는 않았지만, 성립 가능할 것 같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모든 연령대에서 높지만 그중에서도 65 세 이상 고령자의 자살률이 유독 높다. 이것을 두고 노인의 삶이 힘들어서 그렇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이론을 적용 하면 이는 인구집단의 크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부터 고령자 집단이 커지기 시작했지만, 아직 절대적인 규모가 큰 것은 아니다. 그 와중에 2000년대부터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 급격히 늘었다. 안 그래도 노인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운데 인구 규모는 크지 않고, 혼자 사느라 교류도 없으니 자살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이론대로라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베이비부머들은 은퇴 후에도 혼자 지내기보다는 또래들을 만나고 사회적 활동도 하며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지낼 확률이 높다. 그에 따라 노인의 자살률도 낮아질 것이다. 마치 해외에 나갔는데 한국 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것처럼, 나밖에 없는 듯한 고립감에서 벗어나면 자살률도 떨어지게 돼 있다.

 

실제로 일본은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5% 이상인데, 그들의 자살률은 중년층에 비해 낮다. 반대로 중년층의 자살률은 점차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20~30대 말이다. 이상한 점은 이들의 자살률은 지금도 이미 높고, 계속 더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쟁할 시기에는 코호트가 커야 자살을 많이 한다고 했는데, 이들은 코호트 크기가 작은데 왜 그럴까? 추측건대 세대 간 경쟁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경쟁은 대개 같은 연령대끼리, 즉 자신의 코호트 내에서 하게 마련인데 지금 20~30 대들은 윗세대와도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코호트 크기가 너무 작은 탓에 세대 간 경쟁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좌절이 더 큰 것 아닐까.

 

한줄평

"미래는 정해져 있다. 나의 미래도 정해져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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