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망상(Platform Delusion)’이 우리로 하여금 기술 뒤에 숨겨진 진정한 성공의 비밀을 간과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풍부한 데이터를 근거로 대표적인 플랫폼 망상 4가지를 뒤집는다.
‘플랫폼은 혁신적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플랫폼 사업은 인터넷이 존재하기 오래전부터 어디에나 존재했고, 많은 경우 플랫폼의 디지털 모델은 아날로그 모델에 비해 회복력이 떨어진다. ‘디지털 플랫폼은 구조적으로 아날로그 플랫폼보다 우수’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환경은 플랫폼 사업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했을 뿐 이를 통해 더 우수한 사업이 되거나, 지속적인 가치가 창출되지는 않았다.
‘모든 플랫폼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할 것이며 ‘네트워크 효과가 곧 승자 독식 시장’이라는 믿음에 대해서도 각 기업이 가진 네트워크 효과의 성격과 범위, 영향의 다양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고, 플랫폼과 네트워크 효과를 맹신하기보다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구축하는 것에 주목해야 함을 강조한다.
새로운 기술이 날마다 등장하며 혁신을 거듭하고, 넘치는 유동성으로 경제가 성장하던 시기에 우리는 플랫폼이 세상을 지배할 것 이고, 새롭게 떠오른 유니콘 기업이 승승장구할 것이며, 신기술 테마주가 꾸준히 성장해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품었다. 그러나 버블이 꺼지고 장기 불황의 초입에 선 지금은 환상에 기대 외면해왔던 진실, 즉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의 차이를 규정하는 본질적이고 미묘한 차이에 다시금 주목해야 할 순간이다.
작가소개 조너선 A. 니 (Jonathan A. Knee)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미디어 및 기술 프로그램의 공동 책임자.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에버코어 파트너스에서 25 년 넘게 투자은행가로 일했으며 에버코어 파트너스의 수석 고문을 맡고 있다. 《승격한 투자은행가(The Accidental Investment Banker)》, 《거물의 저주(The Curse of the Mogul)》, 《계급의 광대(Class Clowns)》 의 저자이고, 지난 30년 동안 <애틀랜틱>,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 타임스>를 포함한 유수 매체에 문화, 비즈니스, 경제 등 다양 한 주제로 글을 기고해왔다. 2014년부터 <뉴욕 타임스 딜북>의 북 엔트리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플랫폼 제국의 거인들》에서 저자는 플랫폼에 대한 잘못된 통념들을 바로잡고, 오늘날 최고의 플랫폼 기업인 FAANG[페이스북(메 타),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의 성공 원천을 파헤친다. 그리고 경영학 교수이자 투자은행가로서의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기업가와 투자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인사이트를 전한다.
플랫폼 기업으로 꼽히는 5개의 거대 기업이 있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그리고 구글이며, 줄여서 FAANG이라고 부른다. 이 용어는 제임스 크레이머가 CNBC <매드 머니>에 출연했다가 그 자리에서 만든 단어이다. 미래를 대표하는 디지털 기업이자 가장 위대한 플랫폼 기업으로 유명하다. 반면 GAFA라는 단어도 있기는 했는데, 최근에는 잘 쓰지 않는 용어가 된 것 같다.
사실 FAANG이라는 공식 명칭이 생겨난 이후 5년 동안 이 기업들의 시가 총액을 보면 엄청난 실적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에는 잠시 주춤했었지만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고, 광범위하게 보더라도 이 회사들의 시가 총액 증가는 10년 넘게 시장보다 좋은 실적을 올린 것은 분명해보인다. 사실 같은 기간 다른 가치주들은 매우 저조한 성과를 올리기도 했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의 대표주자들의 성장은 누가 뭐라고 해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때부터 플랫폼 기업 그리고 네트워크 효과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는 디지털 시대에 경쟁 우위를 발휘하는 지배적인 원천으로 강조되기 시작했고 크게 성공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플랫폼 기업의 형태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때부터 플랫폼 경제, 플랫폼 혁명, 플랫폼 효과 같은 용어가 널리 통용되기 시작했는데, 몇몇 초거대 플랫폼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공포가 자리하기도 했다.
마치 플랫폼이라는 용어는 경영학에서는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과도 같았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플랫폼 망상 때문일지도 모른다. 즉 우리는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다. 요컨대, 최고의 디지털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플랫폼이라고 해서 대부분의 플랫폼 사업이 막대한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니다. 훌륭한 성과를 얻게 되는 이유가 플랫폼 때문인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즉 플랫폼 망상을 이루는 핵심적인 신조가 FAANG에 적용되지 않으며, 그것이 다른 곳에서 설득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다시 말해서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그리고 구글이 성공한 것은 플랫폼이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고, 플랫폼 기업을 추구한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플랫폼 망상은 FAANG에 대한 부러움 의 징후일 뿐이고, 이런 기업이 되고자 하는 기업들을 잘못 인도하고 있는 로드맵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플랫폼 망상을 만들어내는 4개의 기둥에 대해서 살펴보자. 첫 번째, 플랫폼은 혁신적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주장이다. 플랫폼 사업은 개인과 조직을 연결하고 다른 곳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으로 혁신을 이루거나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경영 대학원 교수들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의 일이다.
하지만 어떤 사회적 경제적 현상이 학자들이 주목하기로 한 순간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 하는 것은 끔찍한 실수다. 사실 플랫폼은 인간의 삶에서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물리적인 공간으로 존재하기도 했고, 신용카드처럼 전자적인 형태로 존재하기도 했는데, 놀라운 사실은 누군가 플랫폼 사업의 구조와 경제성을 연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역설적인 일이다.
아무튼 플랫폼은 뭔가 새롭고 남다른 것이라는 개념이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이것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두 번째, 디지털 플랫폼은 구조적으로 아날로그 플랫폼보다 우수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수십 년 사이에 등장한 플랫폼 가운데 디지털 플랫폼은 강력하기도 하고, 전에 없는 성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부러움의 대상이 된 것은 맞다. 그래서 사람들은 디지털 플랫폼이 아날로그 플랫폼보다 확실히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꼼꼼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섣부른 가정이다. 원래 쇼핑몰과 전자상거래 웹사이트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가장 단순한 양면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오프라인 쇼핑센터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자들은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사업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낸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고, 오프라인 사업 모델은 놀라운 복원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자상거래 분야는 인터넷이 등장한 이 후 킬러앱 중의 하나로 확인되었을지 모르지만 이 사업에 투자한 사람들 중에 손해를 본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세 번째, 모든 플랫폼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한다는 주장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에 내재되어 있다고 하는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 다른 말로 플라이휠 효과라고도 부른다. 이것은 신규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기존 사용자에 대한 네트워크 가치가 높아진다는 의미가 있다. 결국 플랫폼은 네트워크 참여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관리하고 촉진하는 일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모든 플랫폼이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할 수 있다고 결론짓는 일은 매우 큰 실수다.
실제로 네트워크 효과를 거의 받지 못하는 플랫폼 사업이 많고 기업들의 매력에 미치는 네트워크 효과의 성격이나 범위, 영향은 매우 다양하다. 예컨대, 페이스북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실제로 보면 성공의 이면에는 다른 내용이 숨어 있기도 하다.
네 번째, 네트워크 효과는 곧 승자 독식 시장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플랫폼 망상의 핵심은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한 비즈니스 모 델에 관해 사람들이 인식하는 힘과 이 모델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규모로 무기화하는 디지털 플랫폼의 고유한 능력이다. 사실 플랫폼이 가진 네트워크 효과는 아날로그 세계에도 존재했던 것이다. 그리고 네트워크 효과가 시장의 승자 독식 경향을 강화하는 것 같다는 주장에 대한 실제적인 증거가 없고,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승자 독식 결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실을 확인해보면, FAANG 외에는 성과가 입증된 대형 상장 기업으로 성장한 플랫폼 기업이 몇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중 많은 기업이 폐업하거나, 기존의 평가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인수되기도 했고, 뚜렷한 목표 없이 되는 대로 운영 중인 영세 사업체가 되기도 했다. 따라서 네트워크 효과는 곧 승자 독식 시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잘못된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FAANG은 어떻게 성공했는가? 이 책은 FAANG이 성공한 이유는 적어도 플랫폼 기업이기 때문에 성공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내용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첫 번째,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 망상을 뒷받침하는 증거물 제1호라 고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사실상 세계시장을 빠르게 장악한 최고의 네트워크 효과 기반 플랫폼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 플랫폼이 네트워크 효과를 내지 않는다고 진지하게 주장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사실을 확인해보면 페이스북이 성공하게 된 것은 플랫폼 효과 때문이 아니다. 페이스북이 성공한 이유를 따져보자. 첫 번째는 타이밍이다. 페이스북 이전에도 마이스페이스가 있었고, 식스디그리닷컴 그리고 구글의 오르컷도 있었다. 이들 모두 동일한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했지만, 유일하게 페이스북만 성공했다. 그 이유는 타이밍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고객 유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떠나기 힘들게 만들었고, 중독 현상이 강해지도록 유도하기 위해 많은 장치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소셜 네트워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실행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세력권 밖에서 운영되는 잠재적 위협을 최대한 많이 사들였던 것이 핵심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페이스북은 기업 인수를 통해 상대적인 규모를 유지하는 전략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 번째, 아마존이 있다. 아마존도 플랫폼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고, 아마존의 플라이휠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아마존은 성장 초기의 몇 년 동안은 사실 네트워크 효과도 없었고, 고객 유지력도 매우 약한 순수 소매 모델이었다. 그리고 전형적인 간접 네트워크 효과 모델인 아마존 마켓플레이스가 널리 이용되기 까지는 약 10년이 걸리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아마존 수익의 대부분은 마켓플레이스와 무관한 AWS에서 나온다. AWS는 네트워크 효과보다는 규모와 고객 유지력을 통해 이익을 얻는 B2B 사업모델이다.
또 아마존은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프라임 비디오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 사업은 재정적 타당성이 매우 의심스럽고, 그렇기 때문에 투자수익률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현재 아마존은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은 우연한 기회에 하게 된 AWS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애플이다. 애플은 주로 물리적인 소비재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회사이고, 잡스가 사망한 뒤로는 사실상 아이폰, 이 하나의 제품을 통해 1년 매출의 대부분을 올리고 있다. 물론 운영체제는 사용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연결하는 전형적인 네트워크 효과 사업이지만 애플은 회사 설립 이래로 운영체제 분야에서는 항상 보조적인 위치였고, 그나마 애플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광적으로 열광하는 애플의 광팬들이라는 것이다.
즉 애플의 성공에는 강력한 브랜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뜻이다. 네 번째는 넷플릭스가 있다. 넷플릭스가 현재와 같은 스트리밍 사업 모델을 구축한 것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와 빅데이터 그리고 AI를 이용해 히트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넷플릭스가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덕분에 개인 별 추천 엔진 기능이 향상된 것은 맞지만 이것이 경쟁 우위의 중요한 새 원천이 되었다는 증거는 없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다른 사업자들이 콘텐츠 사용권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결국 이 사업 분야에서는 극소수의 광범위한 글로벌 기업만이 살아남게 될 텐데, 아직 넷플릭스가 이 분야에서 생존하게 될 것이라는 확실한 보장은 할 수 없는 상태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구글이 있다. 구글은 페이스북과 더불어 상대적인 R&D 지출에서 전체 비용의 20% 이상을 할애하고 있는 특이 한 회사이다.
이 회사가 플랫폼 기업이라는 측면을 강조한다면, 구글이 공급자 측면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것은 논리와 상반되는 주장이다. 그리고 구글은 전 세계 1위 사업자라고는 하지만 중국에서는 바이두에 뒤처지고 있고, 러시아에서는 얀덱스에 뒤처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서도 강력한 경쟁자들이 있다. 게다가 제품 검색으로만 보면 아마존이 1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구글은 회사의 구조를 재편하고 계속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단순히 구글이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하는 플랫폼 기업이라는 것으로 성공을 이야기할 수 없다. 이제 정리해보자. FAANG이라는 기업이 대단한 것은 맞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FAANG기업들은 디지털 기술 분야의 거물들과 관련된 신화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도 맞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을 단순히 네트워크 효과 그리고 플랫폼 기업이라는 이름 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이들이 가진 개별적인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 강력한 플랫폼이지만, 각 기업은 결합된 강점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서로 다른 경쟁 우위 포트폴리오를 통해 이익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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