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움직이고, 모든 것을 부숴라(Move fast, break things)”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들 때 내세운 모토다. 지난 20여 년간 ‘파괴’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내세운 전투 구호였다. ‘이것을 파괴하라. 파괴하지 않으면 망한다.’ 기업 리더들은 계속해서 기존의 산업과 기업을 파괴하는 것이 성장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겨왔다. 많은 사람이 ‘파괴’를 ‘혁신’과 동의어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과연 파괴가 혁신과 성장의 유일한 방법일까?
전 세계에 400만 부 이상 팔리며 역사상 가장 상징적이고 영향력 있는 전략서로 인정받아온 『블루오션 전략』의 두 저자,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는 이 질문을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 100주년 기념 선도적 사상가로도 선정된 바 있는 저자들은 6년 만에 이 책 『비욘드 디스럽션』으로 돌아오면서, ‘비파괴적 창조(nondisruptive creation)’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놓았다.
비파괴적 창조란 간단히 말하면, 기존 산업을 파괴하지 않고도 새로운 시장이나 제품, 서비스 등을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사람들이 지나치게 집중해온 ‘파괴적 혁신’은 소비자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하면서도, 기존 산업을 파괴하거나 대체하고 일자리를 없애는 등 사회적 조정 비용을 발생시켰다. 즉 긍정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도 가져온 것이다. 블루오션에서 진화한 개념인 ‘비파괴적 창조’는, 기존의 것을 부수거나 파괴하지 않고 새롭게 혁신해내는 것으로, 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비즈니스 세계를 구축해낼 수 있다.
작가소개 김위찬
인시아드 블루오션 전략 연구소(INSEAD Blue Ocean Strategy Institute)의 공동 소장이자 인시아드 보스턴컨설팅그룹 브루스핸더 슨 석좌교수이다. 세계경제포럼의 특별회원이자 블루오션 글로벌 네트워크(Blue Ocean Global Network)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유 럽연합의 자문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며 세계 각국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 뷰》 등 세계적인 경영학술잡지에 다양한 논문을 기고하고 있다. 2005년 르네 마보안 교수와 공동 집필한 《블루오션 전략》은 전 세 계 경영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 책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최고의 경제경영서’(2005), 아마존닷컴에서 ‘최고의 경제경 영서 10’(2005) 등에 선정되었다.
작가소개 르네 마보안
인시아드 블루오션 전략 연구소의 공동 소장이자 인시아드 교수로 전략을 가르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특별회원이자 블루오션 글로벌 네트워크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HBCUs(흑인계 대학)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전 세계의 정부 와 기업을 상대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르네 마보안 교수는 세계 최고의 경영사상가 50인의 목록인 ‘더 싱커스 50’ 2위에 올랐으 며, 싱커스 50 전략상(2011), 세계경영컨설팅기업협회로부터 칼 슬로언 상(2014) 등을 수상했다.
10분 요약
1. 비파괴적 창조의 시대가 왔다.
지난 20년 동안 파괴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전투 구호였다. ‘이것을 파괴하라, 저것을 파괴하라’ 그리고 ‘파괴하지 않으면 망한다’라는 목소리가 비즈니스 전반에 울려 퍼졌다. 파괴를 요구했던 이런 목소리는 실리콘밸리에서, 주요 기업의 이사회에서, 미디어에서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열렸던 비즈니스 콘퍼런스에서 다뤄졌다.
그렇다면 혁신과 성장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파괴’ 뿐일까? 이 책이 주장하는 바가 바로 이 지점이다. 다양한 혁신 사례를 살펴본 결과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이 파괴를 이야기하고, 파괴는 확실히 중요하다.
하지만 파괴에 지나치게 집중하던 바람에 혁신과 성장의 또 다른 길을 경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비파괴적 창조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비파괴적 창조는 파괴나 대체 없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창조는 기존 산업의 경계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비파괴적 창조는 기업을 도산시키거나 일자리를 없애거나 시장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게 된다.
또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엄청난 잠재력을 제 공하기도 한다. 비파괴적 창조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비파괴적 창조는 과학적 발명이나 기술 중심적 혁신으로 생성될 수 있다. 물론 과학이나 기술 중심적 혁신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비파괴적 창조는 대부분 과학적 발명이나 기술 중심적 혁신으로 만들어진다.
두 번째, 비파괴적 창조는 특정 지역이나 사회경제적 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즉 선진 시장이나 피라미드 맨 아래에 있는 시장에서도 적용될 수 있고 전 세계 모든 지리적 영역에 적용될 수 있다.
세 번째, 비파괴적 창조는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세계 최초의 혁신’과 는 다르다. 세계 최초의 혁신은 비파괴적일 수도 있고, 파괴적일 수도 있다.
2. 파괴적 혁신과 창조적 파괴
파괴적 혁신과 창조적 파괴에 대해서 살펴보자. 이 개념은 기존의 두 가지 개념과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두 가지를 포괄적으로 ‘창조적 파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혁신이라는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개념으로 ‘파괴’가 있다. 이것은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기존 시장과 기존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을 대체할 때 발생한다. 여기서 핵심은 ‘대체’라는 용어이고, 대체가 없으면 어떤 파괴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파괴’라는 용어를 기존 시장이 새로운 혁신으로 대체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대체’는 고가 시장과 저가 시장에서 일어난다. 원래 저가 시장에서 일어나는 ‘파괴’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한 파괴적 혁신이지만 이 책에서는 파괴적 혁신을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하기 때문에 ‘파괴적 혁신’이란 고가 시장과 저가 시장에서 일어나는 파괴를 의미한다.
반면 ‘창조적 파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조지프 슘페터가 1942년에 출간했던 책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에서 주장했던 개념이다. 창조적 파괴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혁신이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대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사실 슘페터가 등장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기존 시장에서의 경쟁과 점진적 개선이 경제 성장의 주요 원동력이고, 최우선 목표는 완전 경쟁을 촉 진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지지해 왔다.
하지만 슘페터가 이 개념을 바꿨다.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새로운 종류의 기술, 상품 그리고 서비스를 생성하는 시장 창조형 혁신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슘페터의 세계관에서 창조와 파괴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창조적 파괴가 끊임없이 옛것을 파괴하고 새것을 창조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책의 저자들은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가 현재 비즈니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괴 현실을 잘 설명하고 있고, 이 개념이 없으면 현실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기존 산업에서는 상향이든 하향이든 대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파괴’라는 단어는 현존하는 많은 산업 플레이어가 실제로 파괴되지만, 반드시 전멸하거나 완전히 대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제한적인 이론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우버와 택시 그리고 아마존과 기존 서점을 생각해 보자. 우버와 아마존이 기존 사업을 교란한 것은 맞다. 하지만 예전 것을 완전히 파괴하거나 대체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파괴적 창조는 기존의 것을 파괴하지만 완전히 대체하 지는 않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3. 비파괴적 창조의 영향력
비파괴적 창조의 영향력을 살펴보자.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시 파괴적 창조의 영향부터 살펴봐야 한다. 넷플릭스와 블록버스터, 아마존과 오프라인 서점, 우버와 택시, 그리고 비행기와 대서양 횡단 선박. 여기에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바로 모두 ‘파괴적 창조’라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를 파괴했고, 아마존은 기존 오프라인 서점들을 파괴했다. 그리고 아마존은 소매 업계를 파괴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 소비자의 이익이 커지기도 한다. 즉 파괴적 창조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덕분에 매력적인 가치를 선사할 수 있고 기존 사용자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용자들까지 유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언급되었던 사례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 모두 파괴적 창조의 사례라는 것이다. 이들에 관한 기사나 리포트, 경영진의 생각, 투자 분석 등을 읽어보면 이런 역학을 설명하기 위해 가장 자주 사용되는 단어가 바로 ‘파괴’이다.
두 번째, 파괴적 창조에는 항상 명확한 승자와 패자가 등장한다. 즉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패배하며, 누군가는 파괴하고, 누군가는 파괴당한다. 물론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경제 성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파괴적 창조는 승자와 패자의 상황을 만들어 낸다.
세 번째, 소비자가 이기는 경우에도 사회에 고통스러운 조정 비용을 부과한다. 기존 일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손실과 해고, 임금 하 락과 지역사회에 대한 타격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비파괴적 창조는 다른 영향을 갖는다. 첫 번째, 비파괴적 창조는 기존 산업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의 창출을 통해 성장을 만 들어 낸다. 기존 산업에서 벗어난다는 측면에서 보면 누군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
두 번째, 파괴적 창조와 달리 비파괴적 창조는 기존 사업이나 기업을 대체하지 않으면서 성장을 이룬다. 따라서 여기에는 명확한 패자가 없다. 그렇기 때 문에 사회에도 조정 비용이나 고통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예컨대, 킥스타터는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50대 발명품 중 하나 로 극찬을 받은 바 있다. 킥스타터의 프로젝트 덕분에 3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새로운 기업과 비영리단체 8,800개가 성공적으로 설립되었다.
세 번째, 비파괴적 창조는 주로 간 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손해를 보는 제3자가 거의 없다. 부가적인 산업 플레이어나 기존의 생태계를 거의 또는 전혀 대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장과 고용에 대한 부차적인 영향이 시작 단계부터 긍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4. 비파괴적 창조의 비즈니스 장점
비파괴적 창조의 비즈니스 장점을 살펴보자. 첫 번째는 신규 진출자가 기존 강자를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신규 진출자는 엄청난 자원을 가진 기존 업계 강자를 피하고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 이때 비파괴적 창조는 유용할 수 있다.
예컨대, 스퀘어와 고프로의 사례가 있다. 스퀘어는 미국 신용카드 산업 의 경계를 벗어나 비파괴적인 시장을 창조했고 고프로는 액션 카메라 산업을 창조한 회사다. 두 번째는 기존 업체가 전면적인 파괴적 위협에 직면했을 때 충돌을 피하며 대응하는 능력이다.
즉 비파괴적 창조는 파괴자의 도전에 직면했을 때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비충돌적인 길을 택할 수 있다. 큐나드의 사례를 보자. 큐나드는 대서양 여객선이 유행하던 시절 대표적인 회사다. 하지만 1958년 팬아메리카항공이 등장하고 나서 크게 위축됐다. 이 회사가 선택한 방법은 해상의 고급 휴가를 혁신해 현대 크루즈 산업을 만들었다. 오늘날 이 회사는 카니발코퍼레이션의 일부가 되었다.
세 번째는 내부 이해관계자들의 혁신 노력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라는 측면이 있다. 비파괴적 창조는 기존 업계의 내부 이해관계자들이 감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방법이다. 사실 브리태니커 사전이나 블록버스터 같은 경우는 혁신할 때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보통 조직이 혁신하려고 할 때, 조직의 반응은 보통 나쁘게 흘러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비파괴적 창조를 하게 되면 내부 반응이 나쁘지 않고 크게 반대하는 구성원 들이 줄어든다. 왜냐하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때문에 그렇다. 네 번째는 이해 관계자들의 암묵적 수용이 있다. 파괴적 창조는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기존 참여자들을 대체하고 산업 규칙과 규제를 우회하는 능력 때문에 사회적 이익단체, 정부 기관 그리고 비영리단체들이 파괴자에 대항한다.
하지만 비파괴적 창조는 본질적으로 창조적이지만 파괴적이지 는 않기 때문에 대체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5. 비파괴적 창조를 위한 마인드셋
그렇다면 비파괴적 창조를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 체스판 밖으로 뛰쳐나와야 한다. 이미 우리는 비즈니스 구조가 만들어져 있는 상황에 적응했고 시장 현실을 곧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업과 리더들이 선택하고 행동하는 데 지침으로 삼는 제한된 합리성이 만들어지게 된다. 문제는 이미 규칙과 다른 플레이어들의 움직임까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업은 당연히 해야 하는 창의적 생각을 하지 못한다.
즉 ‘체스판 밖으로 뛰쳐나와야 한다’ 는 것이다. 두 번째,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면 안 된다. 많은 기업과 창업자들이 기술 혁신을 시장 창조의 방법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면 안 된다. 궁극적으로 비파괴적 신시장을 창조하는 것은 구매자들에게 가치의 도약을 제공하는 가치 혁신이다. 너무나 많은 기업이 이것을 잊고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은 기술 혁신이 완성되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세 번째, 창의력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즉 창의력과 관련해서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실제로 현재 산업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내기 위해서는 소수에게만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 사실 기업들은 이미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서 소수의 창의적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창의성과 기여를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타고난 창의력과 다양한 시각을 활용하는 인식이 널리 알려져 있고 ‘대중의 지혜’라는 말로 유행시키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평범한 수준의 일반인들이 힘을 합할 경우 가장 우수한 개인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한줄평
"불가능하다고? 해보긴 했어? -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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